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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나잇'에 해당되는 글 1건
2007/01/08 14:57

굿모닝, 나잇 (Buongiorno, Notte)

1월의 첫째 주말 脫서울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간만의 폭설로 무산되고 말았다. 뉴스를 통해 교통사고의 현장을 목격하고 나서 머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후륜구동은 빙판에서 빙글빙글더 위험한 것을 생각하면 잘 한 결정이었다. 한 겨울 서민의 놀이터는 아무래도 뜨듯한 방구석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건너뛰기 아쉬운 것은 극장인데, 일요일에는 필름포럼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10명이 넘는 관객과 호흡하고 싶었지만, 주말 저녁 극장 안에는 8~9가량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 닫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주말 저녁 굿모닝, 나잇은 조심스러웠지만 참으로 잘 한 선택이었다.

몇 해 전에 한 신문기사에서 78년 있었던 이탈리아 수상 납치 살해 사건을 영화화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영화를 마주하고서야 떠올랐는데, 영화의 분위기나 색조는 70년대 말을 우울하게 그려주고 있다. 붉은 여단의 멤버들의 수염이나 헤어스타일, 여주인공의 복장이나 분위기가 꽤나 사실적으로 보인다. 사실 나는 당시 유럽 청년들의 패션에 대해 알지 못 할 뿐더러 경험한 적도 없지만 동시대적으로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78


영화는 초반부에 78년의 시작을 알려주는 카운트다운 당시의 TV방송을 통해 보여 준다. 78년은 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 기민당 당수가 납치 살해된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68년 유럽에서 일었던 혁명적인 분위기가 이미 과거의 기억으로 넘어가고 있었던 시점이기도 하다. 많은 타협이 이루어진 것 같지만 결국 부르주아는 승리했고, ‘붉은 여단(brigate rosse)’의 이상은 대중운동과 결합할 수 없었다.


정치권에게 버림 받은 수상의 목숨


납치된 알도 모로 수상은 정부가 자신이 죽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살해되어 주검이 공개되어야 반대 세력들에 대해 성공적인 역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붉은 여단은 수상의 목숨을 볼모로 요구안을 낸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수상에게 정치권과 교황청 등에 구원의 편지를 쓰도록 한다. 결국 협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수상의 예견대로 붉은 여단에 의한 사형이 집행된다.

영화에서는 여주인공의 시점이 중요한데, 그녀는 수상의 납치를 뉴스에서 보면서 뛸 듯이 기뻐한다. 그러나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혼란함과 두 달간 감금해두었던 수상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사형집행을 반대하게 된다. 이러한 붉은 여단의 행동에는 68년 이후 대중과 유리되어 진행되었단 좌파운동의 한 극단을 보여준다. 결코 테러가 대중운동과 결합될 수 없다는 것은 레닌도 강하게 주장했던 것이다.

TV에서는 이들의 행동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여론이 좋지 않음을 계속 보여준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디어를 비판하는 이들이 TV를 통해 드러나는 반응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과격 테러 분자는 당신의 이웃


도서관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청년은 붉은 여단의 맹목성을 토로하고, 그녀에게 더 자신을 꾸며 볼 것과 개성을 살려볼 것을 주장한다. 물론 이상과 동지가 있는 그녀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요구이다.

일반적으로 한적한 교외로 끌려가는 여느 납치 사건과 다르게 알도 모로는 로마 시내의 중산층 아파트에 감금되었다. 당신 옆집에 극악 무도한 납치범이 함께 사는 셈이고, 그녀는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바람난 남편을 갖고 있다.

다시 생각하면 좌익 분자는 사실 평범한 이웃이며, 독극물을 먹고 자란 괴물이 아니다.



여주인공 키아라는 꿈을 꾼다. 꿈에서 수상은 자상한 아저씨인데, 마지막 꿈에서는 외투를 조이며 조용히 거리로 나간다.


그러나 우리의 꿈과 현실은 언제나 다르다. 그것이 아름답고 이상적일수록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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